돌 이후

아기가 긴팔을 싫어해요. 단순한 고집일까?

제주 예니 2025. 4. 9. 08:40
728x90
반응형

요즘 날씨가 조금씩 서늘해지면서, 아이 옷장을 열 때마다 고민이 많아졌어요. 반팔만 고집하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찬 바람이 불다 보니 ‘이제는 긴팔을 입혀야겠다’ 싶은데…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긴팔만 보면 싫다고 몸을 비트는 걸까요?



며칠 전 아침, 얇은 긴팔 티셔츠를 꺼내 아이에게 입히려고 했어요. 부드럽고 통기성도 좋은 면 소재였고, 디자인도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그림이 큼직하게 그려져 있어서 기분 좋게 입을 줄 알았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입자마자 짜증 섞인 표정을 짓더니 팔을 마구 흔들며 “싫어!”를 외쳤어요. 순간 당황했죠. 억지로 입혀봤더니 팔을 계속 걷어올리면서 손으로 옷을 잡아당기고, 결국엔 울먹이며 벗겠다고 떼를 쓰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게 단순한 기분 문제는 아니구나’ 싶었어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며칠째 긴팔만 입히면 이 난리가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기 긴팔 거부’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하게 되더라고요.



감각에 예민한 시기, 옷감 하나도 민감해요


생각보다 이런 사례는 정말 많더라고요. 특히 두돌 정도의 아이들은 피부 감각이 예민해서 옷이 닿는 느낌 자체를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대요. 긴팔은 팔 전체를 감싸니까 조이거나 살짝만 땀이 차도 답답함이 크게 느껴지죠.

우리 아이처럼 옷을 입자마자 팔을 걷고, 결국 벗고 싶어 한다면 이 감각적인 부분을 꼭 의심해봐야 해요. 특히 팔목이나 겨드랑이 아래처럼 접히는 부위가 조이거나, 소매 끝이 손목을 꼭 누르면 거슬리는 느낌이 더 커질 수 있어요.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해지는 시기


두돌은 자율성과 고집이 슬슬 올라오는 시기죠. 옷 입는 것 하나도 “내가 고르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요. 그래서 긴팔이 싫다기보다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옷이라 싫은 것’일 수도 있어요.

이럴 땐 “긴팔 입자!”보다 “이 긴팔이 좋을까, 저 긴팔이 좋을까?”처럼 두 가지 중에 고르게 해보세요. 아이는 자기가 선택했다고 느끼면 옷에 대한 거부감도 확 줄어들어요.



특정 질감이 싫은 아이도 있어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옷의 재질’이에요. 아이마다 싫어하는 옷감이 있어요. 우리 아이처럼 면 티셔츠도 싫어하는 아이가 있고, 어떤 아이는 니트류처럼 까끌거리는 질감을 유독 거부하기도 해요.

특히 소매 안쪽에 있는 봉제선이나 목 뒤의 택(label)도 아이에겐 큰 자극이 될 수 있어요. 성인인 우리도 가끔 택 때문에 가려울 때 있잖아요? 아이에겐 그게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답니다.



혹시 피부에 불편함이 있는 건 아닐까


마지막으로 점검해볼 부분은 피부 트러블이에요. 아토피나 접촉성 피부염이 있는 아이는, 옷이 닿는 부위가 따갑거나 간지러울 수 있어요. 긴팔을 입고 자꾸 긁는다면, 그냥 싫은 게 아니라 몸이 불편한 신호일 수도 있는 거예요.

팔에 빨간 자국이나 건조함, 오돌토돌한 두드러기 같은 게 보인다면 소아과나 피부과에서 한 번쯤 확인받는 것도 추천드려요.




아기 긴팔 거부, 이렇게 대응해보세요


긴팔을 싫어하는 아기에게 억지로 입히려고 하면 싸움만 더 커져요. 아래 방법들로 조금씩 접근해보면 거부 반응을 줄일 수 있어요.
• 통기성 좋은 면 소재로 준비해요. 너무 두껍지 않은 부드러운 면, 오가닉 코튼 같은 소재가 좋아요. 몸에 달라붙지 않고 통풍이 잘 되면 아이도 편안함을 느껴요.
• 택과 봉제선은 미리 제거해요. 눈에 안 보여도, 아이는 예민하게 느껴요. 요즘은 라벨 없는 옷들도 많이 나오니까 선택 기준으로 삼아보세요.
• 7부나 얇은 가디건으로 중간 대안 제시하기. 긴팔이 싫다고 반팔만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아기에게는 7부 소매나 얇은 겉옷처럼 ‘조금만 덜 감싸는’ 형태가 편할 수 있어요.
• 아이에게 고를 기회를 주세요.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면, 그 옷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요. 작은 것도 스스로 결정하게 해주는 게 중요해요.





아이의 거부는 ‘싫다’가 아니라 ‘표현’이에요


아기의 긴팔 거부는 단순히 떼쓰는 행동으로 볼 게 아니라, ‘내 몸이 불편해요’,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에요’라는 표현일 수 있어요. 물론 매번 반팔만 고집해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아이의 감각과 시선을 존중해주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어요.

억지로 입히기보단, 왜 거부하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시간. 그게 아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오늘도 긴팔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셨다면, 한 걸음 물러서서 아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