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이후

아기 잠투정, 그 밤은 왜 그렇게 길었을까요?

제주 예니 2025. 4. 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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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분명히 졸려 하던 아기가 눈을 비비며 칭얼대기 시작했어요.
이불을 깔고, 조명을 낮추고, 자장가도 틀었는데… 아기는 오히려 더 울었죠. 끌어안아도 몸을 비틀고, 안겨 있다가 다시 일어나 기어가고.
그렇게 시작된 ‘잠투정’은 무려 두 시간이나 이어졌어요.

처음에는 ‘졸려서 그러나 보다’ 했는데, 그게 매일 반복되자 저도 점점 무너졌어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라는 자책부터, “이러다 진짜 탈진하겠다”는 걱정까지. 밤마다 시작되는 그 전쟁은 정말 숨이 막혔어요.

 

잠투정이란 무엇인가요?

잠투정은 아기가 졸린데도 잠들지 못하고 짜증을 내거나 울며 버티는 행동이에요.
특히 생후 4~6개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18개월 이후에도 반복될 수 있어요.
성장 발달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매일 겪는 부모 입장에선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죠.

우리 아이 잠투정이 시작된 시점

우리 아이는 생후 5개월까지는 제법 순하게 잠들었어요. 수유 후 토닥이면 잠들고, 밤중 수유도 두 번이면 끝이었죠. 그런데 6개월을 넘기면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 잠들기 전 갑자기 울기 시작함
  • 누워 있기를 거부하고 안겨 있어도 몸을 비틈
  • 낮잠 시간에도 짧게 자고 금세 깨버림

그 당시 저는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버텼지만, 매일 밤 울고 버티는 아이를 안고 우는 저 자신을 마주하면서 뭔가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잠투정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해요

단순히 피곤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요. 아이마다 이유도 다르고, 타이밍도 달라요.

원인 설명
수면 리듬의 불안정 생체 시계가 아직 정립되지 않아 졸린데도 잠을 못 자는 경우
과도한 자극 하루 동안 너무 많은 활동이나 자극이 있었을 때, 뇌가 과흥분 상태가 됨
배고픔 또는 속 불편함 수유 후 역류, 가스, 배앓이 등으로 잠들기 어려움
분리불안 특히 8~10개월 무렵, 엄마와 떨어질까 봐 잠들기를 거부함
성장통 신체 발달 중 불편감이 있을 수 있음

예니가 시도했던 ‘잠투정 완화 루틴’

무조건 잠들게 하려고 했던 예전과 달리, 아이의 리듬을 관찰하고 반응에 따라 조절하는 방향으로 바꿨어요. 아래는 우리 집의 변화 루틴이에요:

  • 저녁 루틴 고정: 저녁식사 → 목욕 → 조명 낮추기 → 책 한 권 읽기 → 수유
  • 슬립 시그널 사용: 같은 자장가 음악 반복, 수면 인형 고정
  • 졸림 신호 놓치지 않기: 하품, 멍해짐, 눈 비비기 → 즉시 재우기 시도
  • 수면 환경 정돈: 침대 주변 어두운 조명, 백색소음 틀기

그 결과, 2시간 걸리던 잠재우기가 30~40분으로 줄었고, 아이도 울지 않고 뒹굴며 잠드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낮잠과 밤잠의 연결고리

놀랍게도 밤잠에 영향을 주는 건 낮잠이에요. 낮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아이는 피로가 누적되어 밤에 더 울고 보채게 돼요.

그래서 저는 낮잠 루틴도 같이 정리했어요. 오전엔 산책 후 낮잠, 오후엔 조용한 놀이 후 낮잠. 이 리듬을 고정시켰더니 밤잠도 자연스럽게 안정되더라고요.

엄마의 마음도 같이 지켜야 해요

잠투정은 아이의 신호일 뿐, 엄마가 잘못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에요. 저는 그걸 몰랐어요. 매일 ‘내가 뭘 또 잘못했지?’라는 생각에 빠졌고, 점점 우울해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어요. “그냥 졸려서 우는 거야. 너 때문 아니야.”
그 말에 눈물이 쏟아졌고, 그날 이후로 제 마음가짐도 바뀌었어요.

아이의 울음에 초조해하기보단, 그냥 옆에 있어 주기로 했어요. 바로 잠들지 않아도 괜찮다, 엄마는 여기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자. 그게 오히려 더 빠른 잠을 부르더라고요.

 

잠투정, 결국은 지나가는 과정이에요

지금은 잠투정이 한창일 수도 있어요. 밤마다 울고, 엄마도 울고, 다음 날이 두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이 시기는 지나가요. 그리고 그 끝에는, 자장가 하나만으로 눈 감는 날이 와요.

예니도 지금 지나온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떻게 버텼을까?” 싶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작은 변화들을 시도했고, 조금씩 달라졌어요.

그러니 예니처럼, 우리처럼 잠투정에 지친 엄마들에게 이 말 꼭 전하고 싶어요.

“지금 힘들다고, 당신이 부족한 게 아니에요. 그저 오늘도 아이가 엄마를 믿고 있다는 표현일 뿐이에요.”

함께 정리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 아이의 낮과 밤 수면 루틴,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나요?
  • 잠들기 전 자극이 많진 않았나요?
  • 아이의 졸림 신호를 놓치고 있진 않나요?
  • 엄마 자신도 충분히 쉬고 있나요?

아기 잠투정은 아이와 엄마 모두의 마음이 흔들리는 시간이에요.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지나면, 더 단단한 관계가 만들어져요. 오늘 밤도 수고한 우리,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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