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이후

아빠 껌딱지 아기 어떻게 해야 할까?

제주 예니 2025. 4. 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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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하루 종일 저만 찾던 아기가, 요즘엔 달라졌어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빠~!" 하면서 작은 팔을 쭉 뻗고, 밥을 먹을 때도 꼭 아빠 옆자리에 앉아야만 해요. 저는 바로 옆에 앉아 있어도 투명인간이 된 것처럼 행동하더라고요. 처음엔 웃으면서 넘겼지만, 자꾸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졌어요. 괜히 삐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로요.

이런 일이 처음이었고, 검색해봐도 딱히 해결법이 안 나와서 혼자 끙끙 앓고 있었는데, 같은 육아 맘 모임에서 이야기를 꺼냈더니 "어? 우리 애도 그래! 요즘 완전 아빠 껌딱지야!" 하는 반응이 줄줄이 이어졌어요. 알고 보니 이게 저만 겪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빠 껌딱지 시기'라고 불리는 시기였던 거죠.

 

아빠 껌딱지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보통 생후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 아이가 자아를 조금씩 인식하고 표현하려는 시기에 특정한 사람에게 강하게 애착을 보이는 현상이 시작돼요. 처음에는 대부분 엄마에게 애착을 보이지만, 점점 아빠나 조부모, 혹은 돌봐주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확장하면서 특정 시점에는 아빠만 찾는 시기도 생겨요.

저희 아이도 처음에는 엄마 껌딱지였어요. 제가 잠깐이라도 화장실 가려고 하면 따라 들어올 정도로요. 그런데 아빠가 퇴근하고 와서 같이 놀아주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갑자기 아빠 선호도가 확 올라간 것 같았어요. 아빠와의 놀이 방식이 더 신나고, 목소리도 크고, 반응도 바로바로 해주니까 아이 입장에서는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존재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아빠 껌딱지가 되면 생기는 에피소드들

한 번은 제가 밥 먹이려고 숟가락을 들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빠~!"만 외치던 아이. 결국 밥은 아빠가 먹여야 했고, 저는 옆에서 그냥 물 따라주는 역할만 하게 됐어요. 또 어떤 날은 제가 아기 옷을 입혀주려고 하니까 울먹이면서 "아빠 해~" 하는 거예요. 그땐 진짜 너무 서운해서 방에 들어가서 혼자 눈물이 핑 돌 정도였어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행동도 아이가 마음 놓고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환경이라는 증거잖아요. 그걸 깨닫고 나서는 '아, 내가 아기에게 충분히 안전기지 역할을 해줬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아빠랑 보내는 시간을 응원해주고 있어요.

엄마의 감정, 외롭고 속상하지만 자연스러운 마음

아기가 아빠만 찾는 모습을 보면 서운한 건 당연해요. 특히 하루 종일 붙어 있었고, 밤잠이며 이유식이며 다 돌봐왔던 엄마 입장에선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은 생각까지 들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시기는 누구나 한 번쯤 거치는 자연스러운 애착 발달 과정이고, 엄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이 시기를 잘 보내려면 엄마도 나만의 감정 루틴을 갖는 게 중요해요. 저는 아기가 아빠만 찾을 땐 잠깐이라도 저만의 티타임을 가지거나, 아기에게 직접 필요한 걸 해주지 않아도 되는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해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오히려 이 시간을 ‘나만의 짧은 휴식’으로 인식하게 되더라고요.

 

아빠 껌딱지 시기의 원인과 배경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가 특정 보호자에게 강하게 집착하는 건 애착 형성이 안정적이라는 뜻이에요. 처음엔 엄마에게 집중되었던 애착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확장되는 과정이에요. 그 확장 대상이 아빠일 수도 있고, 할머니일 수도 있어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선호도'라는 개념을 통해 자기 주장을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가게 돼요.

아빠와 엄마의 상호작용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에요. 보통 아빠는 활동적인 놀이, 물리적인 자극(뛰기, 던지기, 매달리기 등)에 더 적극적이에요. 반면 엄마는 정서적 안정, 반복적인 루틴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많이 하죠. 아기 입장에서는 아빠가 새롭고 재미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엄마가 할 수 있는 대처법

  • 억지로 끼지 않기: 아이가 아빠를 원할 땐 억지로 엄마가 나서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물러나는 게 좋아요. 대신 엄마만의 시간을 잘 활용해요.
  • 엄마만의 루틴 만들기: 책 읽는 시간, 노래 부르는 시간 등 아기와의 정적인 교감 시간은 꾸준히 유지하면 좋아요.
  • 협업 구조 만들기: 아빠와 엄마가 역할 분담해서 경쟁보다 '협력'의 느낌을 주는 게 좋아요. 예: 아빠가 놀아주고 엄마가 간식 챙기기.

이 시기의 긍정적인 의미

아빠 껌딱지 시기는 아이가 자신감 있게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안정된 애착 관계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변화거든요. 아빠와의 유대가 강해진다는 건, 아이가 둘 이상의 신뢰할 수 있는 어른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엄마 입장에서는 조금은 섭섭하고 허전할 수 있지만, 이 시기를 잘 지나면 아이는 엄마, 아빠 모두에게 골고루 애착을 표현할 수 있는 시기가 오게 돼요. 저희 아이도 요즘은 아빠 껌딱지였다가 갑자기 "엄마가 재워줘~" 하며 저만 찾기도 하고 그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처럼 애정 대상이 바뀌는 걸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마무리하며

지금 아이가 아빠 껌딱지라고 해서 엄마가 멀어진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만큼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증거예요. 엄마가 기초를 잘 다져줬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 있게 아빠에게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빠 껌딱지 시기, 조금은 낯설고 서운하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엄마만 찾는 시기가 또 오고, 그 다음엔 엄마 아빠 둘 다 없으면 안 되는 시기가 와요. 이 모든 순간들이 아이가 자라가는 과정이니까요.

그때그때 다른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엄마도 나만의 시간을 지혜롭게 잘 보내다 보면 어느새 웃으면서 이 시기를 돌아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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