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부터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데, 나는 그 하루에 없다는 기분이었죠. 아침에 눈을 뜨면 아이 울음소리로 시작하고, 밥 먹이는 것도, 기저귀 가는 것도, 낮잠 재우는 것도, 모두 제 몫이었어요. 물론 사랑하는 내 아기였고,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루틴 안에서 숨이 막힐 것 같은 순간들이 자꾸 쌓여갔어요. 누구에게 말하면 “그 나이 땐 다 그래” “엄마니까 당연한 거지”라는 말들이 돌아왔고 어느새 제 감정은 자꾸만 밀려나고, 입은 닫히고, 마음은 무거워졌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말한 날
어느 날 저녁, 아이를 안고 울고 있는 제 모습을 본 남편이 조용히 제 곁에 앉았어요. “힘들지?” 그 한마디에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그동안 참았던 말들이 쏟아지듯 나왔고, 저는 처음으로 제 감정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았어요. 남편은 말없이 제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이제 같이 해볼게. 정말 미안해.” 처음 듣는 말이었고, 진심인지 긴가민가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말 한 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엔 서툴고 낯설었던 아빠의 육아
그날 이후 남편은 하나씩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당연히 서툴렀죠. 기저귀 테이프 방향을 헷갈려 아이가 울고, 분유 타는 물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다시 데우고 식히고, 목욕시키다 아이를 미끄럽게 놓칠 뻔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속상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하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씩 열렸어요.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남편은 점점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와 교감을 늘려갔고, 그 과정 자체가 우리 가족에게 변화의 시작이 되었어요.
가족의 대화가 달라졌어요
예전엔 대화가 끊기기 일쑤였어요. “오늘 뭐 했어?”라는 질문에 “똑같지 뭐”라는 말로 끝나던 하루. 그런데 남편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대화가 자연스러워졌어요. “오늘 낮잠은 좀 잤어?”, “이 장난감은 왜 이렇게 소리가 커?”, “기저귀 이 브랜드가 더 낫더라”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이 우리 부부 사이를 다시 연결해줬죠.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대화가, 이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로 이어지고 있어요. 서로의 하루를 진심으로 묻고 들어주는 그런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게 고맙고도 벅찼어요.
아기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전엔 아빠가 퇴근하면 아이가 낯을 가리곤 했어요. 무표정으로 쳐다보거나 품에 안기길 거부했죠. 그런데 요즘은 아빠 발소리만 들어도 두 눈이 반짝이고, 문 쪽을 향해 기어가거나 일어서서 기다려요. “아빠~”라고 소리 내며 웃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남편도 말하더라고요. “요즘 퇴근이 기다려져.” 아빠에게도 아이에게도 서로가 ‘기다려지는 존재’가 되는 것, 그 모습이 정말 따뜻하고 기적처럼 느껴졌어요.
그리고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어요
육아를 나눠 가진다는 건 단지 일을 나누는 게 아니었어요. 가장 크게 변한 건 제 마음이었어요. 이전엔 아이가 자고 있을 때, 방 안에 조용히 누워 있으면서도 무언가에 쫓기듯 쉬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누군가와 같이 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숨이 한결 편해졌어요. 남편이 아이에게 말을 걸고, 아이가 남편에게 웃고, 그 옆에서 저는 아주 오랜만에 마음을 놓고 앉을 수 있었어요.
육아는 함께할수록 더 따뜻해지는 일이에요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집 안의 분위기, 대화의 흐름,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꼭 육아를 완벽하게 잘하지 않아도 돼요. 때로는 엉성해도, 실수가 있어도 괜찮아요. 아이는 그 모습 그대로 기억할 거예요. 아빠가 자신을 위해 함께했던 그 시간들, 엄마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안도감, 가족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느낌. 그게 바로 함께 육아하는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이 글을 읽는 모든 가족들에게
지금 혼자 육아하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오늘 이 글이 작은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가족은 정말 달라질 수 있어요. 육아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라는 걸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새롭게 배워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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