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는데, 왜인지 몸이 천근만근이었어요. 눈꺼풀도 무겁고, 다리는 돌덩이처럼 바닥에 눌러붙은 느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는데,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더라고요.
분명 전날 밤에 다짐했거든요. "내일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정리 좀 하고, 아이 이유식도 미리 만들어놔야지." 근데 눈 뜨자마자 그런 생각 다 사라졌어요.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별일 없는데 힘든 날, 그런 날 있잖아요
아이도 평소처럼 일어나고, 특별히 아픈 데도 없고, 날씨도 나쁘지 않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너무 지치고 축 처져요.
누가 큰 상처를 준 것도 아닌데, 혼자서 힘든 기분이 들고, 무기력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을 만큼 마음이 가라앉아요.
아이와 놀아주는 손에 힘이 안 들어가고, 식탁을 닦는 동작도 괜히 귀찮고, 카톡이 와도 열어보고 싶지 않고, 심지어 커피 마시기도 귀찮은 날.
그냥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데, 현실은 그럴 수 없는 날. 오늘이 딱 그랬어요.
나도 사람인데, 쉬고 싶을 때 있잖아요
엄마니까 항상 힘내야 한다는 말, 솔직히 너무 무거워요. 육아가 직업이면 출근도 퇴근도 없고, 상사도 없지만 기준도 없고, 하루 종일 계속되는 업무에 제대로 쉬는 시간도 없는데…
그 와중에 나는 늘 괜찮아야 하고, 웃어야 하고, 참아야 하죠. 그런데 그렇게 매일 참고 나면 내 안에는 자꾸만 지친 감정이 쌓이기만 해요.
밥하기 싫고, 청소도 미루고 싶고, 아이와 눈 마주치는 것도 잠깐 피하고 싶은 날. 그럴 때 나 자신이 너무 게으른 건가 싶기도 했어요.
근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건 게으른 게 아니라 지친 거구나.”
그래도 현실은 나를 쉬게 해주지 않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아이는 제 생각과는 상관없이 울고, 기저귀는 갈아야 하고, 밥은 해줘야 하고, 옷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더럽히는지…
소파에 앉아있다 보면 바로 옆에서 장난감을 던지고, “엄마!” 부르며 안기고, 그 와중에 전화는 울리고 택배는 오고…
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속 어딘가는 계속 외치고 있었어요. “하루만이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그냥 가만히, 조용히, 나 혼자만의 시간 좀 갖고 싶어요.”
오늘 나는 나를 다독였어요
점심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 저는 혼자 거실 바닥에 앉아서 조용히 숨을 골랐어요. 정리도 안 된 집,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 세탁기에 돌리고 깜빡한 빨래… 다 그냥 놔두고 가만히 있었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했어요. "너 오늘 너무 잘하고 있어. 힘든 거 당연한 거야. 네가 게으른 게 아니야. 그냥 사람인 거야.”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살짝 풀리는 것 같았어요. 누가 위로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나를 안아주는 연습, 그게 지금의 저를 버티게 해주는 가장 큰 힘이에요.

오늘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요
저도 오늘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었어요. 그냥 하루 종일 늘어져 있고 싶고, 나라는 존재가 조금은 투명해졌으면 싶은 그런 날.
그런 날이 자주 오면 어떡하냐고요? 괜찮아요. 엄마도 쉬어야 아이를 더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으니까요.
혹시 지금 이 글을 보며 공감하고 있다면, 제가 꼭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요. 그냥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