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낯가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냥 기분이 안 좋은가? 싶었는데, 이모나 할머니가 안아주면 울고, 심지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낯선 사람 얼굴만 봐도 눈물이 터졌죠.
웃기만 하던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고 저에게만 매달리는 걸 보면서 “아, 이제 낯가림이라는 게 시작됐구나”라는 걸 실감했어요.
처음엔 당황스러웠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많이 당황했어요. 아이가 어디 가서 울기 시작하면 괜히 눈치 보이고, “얘 왜 이래?”라는 시선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조마조마했거든요.
가끔은 “애가 사회성이 좀 떨어지나?” 하는 걱정도 들었고, 다른 애들은 사람들 품에도 잘 안기는데 우리 아이만 유독 낯가림이 심하니까 괜히 속상하고 걱정스러웠어요.
낯가림 심한 아기를 키우다 보면 외출도 어렵고, 가족 모임도 스트레스가 되죠. 저도 그 시기를 겪으면서 많은 감정이 오갔어요.
상황별 낯가림 에피소드
외식 자리에서 남이 안아주자마자 울음을 터트리고 결국 제가 다시 안고 먹지도 못한 채 나와야 했던 날, 소아과 접수 창구에서 직원이 다정하게 웃자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고개를 돌리고 울음을 터뜨리던 순간들… 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지만 그땐 진짜 멘붕이었어요.
특히 낯가림이 심했던 시기엔 택배 기사님 벨소리만 들어도 얼굴이 굳고, 친척 집에 가면 품에 안기기는커녕 저한테 바짝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우리 아이가 불안해서 그런 거라는 걸 마음속으로 계속 되새겼어요. 이건 사회성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정서 발달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아이를 위해 시도해본 방법들
- 낯선 환경에 갑자기 노출시키지 않기
무조건 데리고 나가기보다는,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씩 시야를 넓혔어요. 놀이터나 백화점보다, 동네 산책길에서 아기띠 하고 느긋하게 사람 구경부터 시작했죠. - 낯선 사람을 만날 땐 무리한 접촉 금지
가족들이 예뻐서 갑자기 안으려고 하면 울음을 터뜨리기 쉬워요. 저는 “조금만 지켜보다가, 아이가 편해지면 자연스럽게 다가가달라”고 부탁드렸어요. - 아이에게 설명해주기
아직 말은 못 알아듣더라도 “지금 ○○이 이모야~ 엄마 친구야~” 하며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말로 설명해주면 아기도 훨씬 덜 당황해했어요. - 늘 안정을 줄 수 있는 물건 함께 하기
외출할 땐 항상 좋아하는 인형이나 담요를 챙겼어요. 손에 꼭 쥐고 있으면 낯선 공간에서도 그게 아이에겐 일종의 ‘심리적 버팀목’이 되더라고요.
점점 나아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낯가림 심한 아기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더라고요. 생후 10개월쯤부터는 자주 본 사람에겐 웃기도 하고, 눈도 마주치고, 낯선 장소에서도 한 발짝 나아가 걷기도 했어요.
아이가 바뀐 건 아니에요. 단지 조금씩 세상을 익히고, 경험이 쌓이며 마음속 경계가 느슨해진 것 같아요.
지금은 친척이 집에 오면 울진 않아요. 품에는 안기지 않지만, 최소한 도망가진 않거든요. 그 작은 변화 하나에도 “아, 우리 아이 정말 자라고 있구나”라는 걸 느껴요.
낯가림도 하나의 성장 과정이에요
낯가림 심한 아기를 키운다는 건 엄마에게도 참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에요. 당장 주변 반응에 민감해지고, 엄마로서 내가 뭔가 부족한 건가 자책하기도 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분명 느낄 수 있어요. 우리 아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스스로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요.
낯가림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섬세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예민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아기일수록 안정된 환경과 충분한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 아이를 통해 배웠어요.
마무리하며
혹시 지금 낯가림 심한 아기 때문에 매일이 눈치싸움처럼 느껴지는 분이 있다면, 제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어요.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우리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세상과 천천히 인사하고 있는 중이에요.”
오늘 하루도 아이와 함께 조심스럽게 세상을 배워가는 모든 엄마들을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