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사람이라서

내 감정이 아이에게 그대로

제주 예니 2025. 4. 2. 22:00
728x90
반응형

 

아이가 갑자기 예민하게 굴거나, 이유 없이 짜증을 낼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혹시 내 감정이 아이에게 전해진 걸까?”
웃으며 대할 땐 아이도 잘 놀다가, 내가 바쁘고 지친 상태로 말을 걸면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그럴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자책감이 올라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모로서 ‘내가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됩니다. 나를 조절하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그로 인해 아이가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많은 부모님들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입니다.

“엄마가 힘들면 아이도 힘들다”는 말, 그냥 기분 탓이 아니었어요.

부모의 감정, 정말 아이에게 전해질까요?

과학적으로도 ‘감정 전이’는 실존하는 현상입니다. 부모의 표정, 말투, 몸의 긴장감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면서,
아이의 신경계도 함께 반응하는 것이죠.
특히 유아기에는 ‘거울 뉴런’이라는 뇌세포 활동을 통해 부모의 감정 상태를 그대로 비추고 따라합니다.
거울 뉴런은 상대의 감정을 느끼고, 모방하며, 나의 감정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신경세포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은 말보다 비언어적 신호(표정, 억양, 제스처)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부모의 무의식적인 감정 변화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즉, 내 감정이 아이에게 전해지는 건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뇌의 작용이기도 해요. 실제로 아이들은 부모의 기분에 따라 행동 패턴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평소보다 더 짜증을 냈을 때 아이가 떼쓰거나 예민해졌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으시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 불안정한 감정 전이 – 반복되면 아이가 늘 눈치를 보며 불안해질 수 있어요. 안정된 감정보다 자주 바뀌는 감정을 경험한 아이는 주변을 관찰하고 눈치를 살피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됩니다.
  • 감정 조절 어려움 – 부모가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아이도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배울 기회를 잃게 됩니다. 결국 분노나 슬픔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이 서툴러지고, 공격적이거나 억압적인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어요.
  • 정서적 거리감 – 감정이 상한 채로 아이를 대하면, 정서적인 안정감도 약해질 수 있어요. 사랑을 받아야 할 시기에 감정적으로 닫힌 반응만 경험하면, 아이는 ‘내가 뭔가 잘못했나?’라는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내 감정이 아이에게 너무 그대로 전달되지 않도록, 이렇게 해보세요

  • 잠깐의 멈춤 – 숨 한번 깊게 쉬고, 표정과 말투를 점검해보세요. 단 몇 초의 정지가 감정을 가라앉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느끼는 첫 신호는 바로 얼굴이에요.
  • 감정 언어화 연습 – “엄마가 지금 좀 지쳐서 그래”라고 솔직하게 표현하면, 아이도 감정 표현을 배울 수 있어요. 감정을 숨기기보단, 건강하게 말로 표현하는 습관을 보여주세요.
  • 내 상태 돌아보기 – 매일 밤 1분이라도 ‘오늘 내 감정은 어땠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글로 써보는 것도 좋고, 혼잣말로 정리하는 것도 좋아요.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회복은 시작됩니다.
  • 쉼과 도움 요청 – 혼자 견디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고 쉬는 시간을 가져야 진짜 감정 회복이 됩니다. 나를 먼저 돌봐야 아이도 건강하게 돌볼 수 있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마세요.

 

감정이 전해진다는 건, 그만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내 감정이 아이에게 전해지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것만큼 아이와 깊이 연결된 증거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완벽하게 감정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부모가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는 실수하는 부모를 보며 성장하고,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통해 감정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화도 낼 수 있고, 후회할 수도 있고, 다시 사과하고 안을 수도 있구나’ 이걸 배우는 아이는 감정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오늘 하루도 나를 돌보고, 아이와 감정을 나누며 천천히 걸어가보세요. 지금 충분히 잘하고 계십니다.
내 감정이 아이에게 전해지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