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밥을 입에 물고만 있어요 씹지도 삼키지도 않아요
요즘 식사 시간마다 한숨부터 나옵니다. 밥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아이가 씹지도 않고 그냥 물고만 있어요. 5분, 10분… 심하면 30분 넘게 입 안에 그대로. 결국 제가 먼저 지쳐버립니다.
“왜 삼키질 않을까?” “입에 밥이 있는데 또 떠먹여도 되나?” “이게 식습관 문제일까, 건강 문제일까?”
그동안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저도 이 문제로 수없이 검색하고 조각조각 정보를 모았어요. 오늘은 그 경험과 함께, 아기가 밥을 입에 물고만 있는 행동의 원인과 대처 방법을 정리해볼게요.
입에 물고 있는 아기, 흔한 문제일까요?
많은 부모들이 이 문제를 겪어요. 특히 15개월~3세 사이의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요. 입에 넣고 씹지 않거나, 삼키지 않고 한참 동안 머금고 있는 행동이 반복되죠.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흔한 식습관 고민이지만, 그냥 두면 습관으로 굳을 수 있어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아기가 밥을 씹지 않고 머금는 이유 6가지
입에 넣고 씹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입맛이 없어서”만은 아니에요. 그 안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어요.
- 1. 씹는 근육이 아직 미숙해서 특히 초기 이유식을 오래 하거나,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먹인 경우 씹는 훈련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 있어요.
- 2. 배가 덜 고파서 식사 직전에 간식을 먹었거나, 식사 간격이 짧았던 날은 씹는 것도 귀찮은 행동이 될 수 있어요.
- 3. 밥 먹는 환경이 산만해서 TV, 장난감, 엄마의 잦은 말 걸기 등도 아이의 집중을 흐트러뜨려요.
- 4. 음식 온도나 질감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입에 넣었지만 삼키기 싫은 음식일 수도 있어요. “이건 별로인데 삼켜야 하나?” 하는 고민(?) 중일 수도 있죠.
- 5. 부모의 반응을 보는 중 일부 아이는 입에 오래 물고 있으면 부모가 더 신경 써주는 걸 알고 무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반복해요.
- 6. 입, 목, 혀의 감각 민감성 특정 감각에 예민한 아이는 음식의 촉감이나 식감이 불편해서 입에 넣은 채 삼키지 못할 수 있어요.
실제 상황 – 한 숟갈로 20분
하루는 국에 밥 말아 먹으라고 줬더니 한 숟갈 넣고 20분 동안 그대로… 그 모습 보면서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빨리 먹어! 왜 안 삼켜?” 라고 말하고 나서, 제 말투에 스스로 놀랐어요.
아이를 다그친다고 삼키는 게 아니란 걸 잘 알면서도 반복되는 상황에 지치다 보면, 정말 조급해지고 화도 나더라고요.
입에 물고만 있을 때 이렇게 해보세요
- 1. 시간 제한 두기
식사 시간은 20~30분 이내로 정해보세요. 그 안에 먹지 않으면 식사 종료, 대신 간식이나 보충식 없이 넘어가기. 반복하면 아이도 “시간 안에 먹어야 하는구나”를 배우게 돼요. - 2. 한 입 크기를 줄여주기
너무 많은 양을 한 번에 넣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입에 넣기 편한 크기로 작게, 말 없이 제공해보세요. - 3. 씹는 걸 유도하는 말 쓰기
“오물오물 해볼까?”, “꼬물꼬물 씹자~”처럼 명령이 아닌 놀이처럼 말해보세요. - 4. 씹기 좋은 음식부터 시작하기
말캉한 고구마, 미니두부, 부드러운 고기 등 아이가 잘 씹는 음식으로 먼저 자신감을 주는 게 좋아요. - 5. 주의 분산 줄이기
식사 중엔 TV, 책, 장난감은 멀리 치워두세요. 부모가 식사에만 집중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세요.
그럼… 억지로라도 삼키게 해야 할까요?
삼키지 않으니까 억지로 물을 먹인다거나 강제로 뱉게 하거나, 윽박지르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어요.
아이 입장에선 “밥 먹는 시간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입에 넣으려 하지 않고, 식사 시간이 되면 거부감부터 드는 악순환이 생겨요.
자주 물고 있는 음식 vs 잘 넘기는 음식 비교해보세요
아이가 특히 물고만 있는 음식이 뭔지 체크해보세요. - 고기? - 밥알? - 야채?
그리고 반대로 잘 넘기는 음식은 뭔지도 같이 비교해보세요. 그 차이를 보면 아이가 어떤 질감/온도/맛을 어려워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언제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까?
입에 물고만 있는 행동이 오래 지속되거나, 함께 이런 증상이 보이면 전문가와 상담을 추천해요.
- 3세 이후에도 씹기/삼키기가 불편해 보일 때
- 음식에 대한 극단적 거부 반응이 있을 때
- 구강 감각 예민성이 의심될 때
- 성장 곡선이 눈에 띄게 떨어질 때
먹는 행동은 ‘감정’과 연결돼 있어요
식사는 단순히 영양 섭취만이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 식사 시간 분위기, 감정이 전부 연결돼 있어요.
그래서 아기가 입에 밥을 머금고 있다면, 그건 단순한 행동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나한테 뭔가 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씹지 않는 아기, 기다려줘야 할 때
매번 입에만 넣고 씹지 않는 아이를 보다 보면 엄마 마음이 급해지고 조급해져요. 하지만 이 시기엔 “왜 못 먹는지”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에요.
잘 씹는 아기도, 입에 물고 있는 아기도 결국 다 먹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거예요.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의 리듬을 존중해주고 즐거운 식사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간다면 어느 날은 저절로 “아~” 하고 잘 삼키는 날이 올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