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이후

아기가 밤에 잠을 안 자요 ,그 밤을 지나며 알게 된 대처법

제주 예니 2025. 4. 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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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시작되는 싸움

낮에는 잘 놀고, 기분도 괜찮은 것 같은데 밤만 되면 전혀 다른 아이가 돼요. 분명히 피곤할 시간이지만 침대에 눕히면 마치 지금부터가 진짜 하루인 것처럼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이불 속을 거부해요. 처음엔 그냥 며칠 그러겠지 했지만 며칠이 몇 주가 되고, 결국 제가 먼저 지치기 시작했어요.

 

아이도 이유 없이 그러는 건 아니었어요

“왜 잠을 안 자는 걸까” 그 질문을 수도 없이 하다가 하루는 진짜로 가만히 지켜봤어요. 낮잠이 길어지면 저녁잠이 늦어졌고 자기 전까지 뛰어다니면 몸은 피곤한데 흥분이 안 가라앉아서 더 잠들기 힘들어졌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단순히 ‘피곤하면 자겠지’는 아이한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느꼈어요.

무조건 재우려고 하지 않았더니 달라졌어요

그전엔 눕혀놓고 자게 하려고 책도 읽고 자장가도 불러주고 온갖 루틴을 시도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제가 초조해지니까 아이도 더 예민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그냥 잠이 안 오는 날은 빛을 줄이고, 말수도 줄이고 가만히 안고 있는 걸로 마무리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오히려 아이도 조금씩 편안해졌는지 잠드는 시간이 줄기 시작했어요.

수면 루틴을 하루 종일 준비하는 마음으로

아이 수면은 저녁 한두 시간 전에 급하게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루 전체를 조율하는 게 필요했어요. 낮잠을 너무 오래 재우지 않기 오후 5시 이후엔 자극적인 놀이는 피하기 하루에 한 번은 바깥바람 쐬기 TV나 화면 노출은 저녁 식사 이후 금지 이 네 가지만 실천해도 밤 수면이 훨씬 안정되기 시작했어요. 특히 몸을 움직이는 놀이보다는 오후엔 책 읽기나 블록 놀이처럼 차분한 활동으로 전환하는 게 잠자기 전에 큰 도움이 됐어요.

“자는 시간=분리되는 시간”이었던 아이 마음

나중에 육아서를 보면서 알았는데 아기들에게 잠드는 시간은 ‘혼자 떨어지는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해요. 하루 종일 붙어 있다가 갑자기 불 끄고 말도 없이 자라고 하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 이후엔 잠자리에서 손을 꼭 잡고 ‘엄마 여기 있어’ ‘눈 감아도 엄마는 너랑 같이 있어’ 이런 말을 자주 해줬어요. 신기하게도 그 말들을 들은 후 눈을 감는 시간이 조금씩 빨라졌어요.

‘잠투정’이라는 말로는 설명 안 되는 밤

잠투정이라 말하기엔 너무 길고 지치고 무너지는 시간이었어요. 아이가 울고, 저도 화가 나고 결국 같이 울게 되는 밤들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들을 통해 아이의 하루를 되돌아보게 됐고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서로가 덜 힘들지 알게 됐어요. 아이도 변하지만, 부모도 함께 자라야 하는 시간이었어요.

아이가 잘 자게 하기 위한 실제 팁 정리

정리해보면 저희 아이에게 효과 있었던 건 이래요.
① 낮잠은 오후 3시 전까지 마무리하기
② 자기 전 자극적인 놀이 피하기 (뛰기, 티비, 장난감 정리도 포함)
③ 취침 30분 전부터는 조도 낮추고 목소리도 낮게
④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순서의 루틴 (양치-책 읽기-불 끄기)
⑤ 눕히기보다 안거나 옆에 누워서 기다려주기
⑥ 엄마가 먼저 여유로운 표정과 말투 유지하기
당연히 하루 이틀엔 큰 변화 없었지만 1~2주가 지나자 조금씩 패턴이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모든 밤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도 가끔은 갑자기 새벽 2시에 깨서 놀겠다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땐 예전처럼 억지로 재우려 하지 않고 조용히 책 한 권 읽어주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걸로 마무리해요. 무조건 잘 자게 하겠다는 생각보다 편하게 잠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에요.

이 밤도 함께 견디는 엄마들에게

매일 밤이 전쟁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다른 집은 다 잘 자는데 왜 우리 아이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죠. 하지만 각자의 리듬이 있고 지금은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방식이 바로 ‘함께 있어주는 것’일 수도 있어요. 밤마다 깨어 있는 그 시간에도 엄마는 누구보다 단단하게 아이 곁을 지켜주고 있다는 걸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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