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전

아기 책 고르기 전집이 좋을까 낱권이 좋을까

제주 예니 2025. 4. 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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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책,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우리 아기가 돌을 지나고 나니까 집에 장난감만큼이나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그냥 몇 권 사두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검색해보니 '전집 추천' '첫 전집 구성' 같은 키워드들이 넘쳐나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전집으로 시작해야 한다 하고, 어떤 사람은 낱권으로 천천히 가라고 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에 이곳저곳 후기들을 찾아보는 게 하루 일과처럼 되어버렸죠.

 

전집에 대한 환상, 그리고 현실

전집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구성의 탄탄함’이었어요. 월령별 발달에 맞춰서 시리즈가 짜여 있고, 한 번 사두면 한동안 책 걱정 안 해도 된다는 안도감도 있었죠. 실제로 상담을 받아봤을 때는 “감정 발달에서 언어 자극까지 단계별로 도와준다”고 하니 혹할 수밖에 없었고요. 전집을 들여놓으면 왠지 '책육아'를 제대로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문제는 비용과 아이의 반응이었어요. 한 세트에 몇십만 원 하는 가격은 솔직히 큰 부담이었고, 더 고민됐던 건 “과연 우리 아이가 이걸 전부 좋아할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책을 안 좋아하면 그대로 책장 장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낱권부터 시작한 이유

그래서 결론은 낱권이었어요. 어차피 돌 전후의 아이들은 집중력이 짧고, 책에 대한 반응도 날마다 다르니까 일단 좋아하는 스타일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죠. 초반엔 소리 나는 사운드북이나 플랩북처럼 자극적인 책으로 시작했어요. 버튼 누르면 동물 소리가 나는 책에 한참을 빠져 있고, 그걸 반복해서 보여주니 어느 순간 책을 잡는 손이 익숙해졌더라고요.

그 다음엔 리듬감 있는 문장이 반복되는 동화책으로 넘어갔어요. 예를 들면 “쿵쿵쿵, 누구지?” 같은 책인데, 아이랑 같이 흉내 내며 읽을 수 있어서 상호작용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어요. 아이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반응을 살피며 책을 골랐던 게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잘한 선택 같아요.

전집 vs 낱권, 엄마가 직접 느낀 차이

전집은 확실히 구성과 흐름이 있어요. 언어 발달, 정서, 관찰력 등을 단계별로 다루기 때문에 교육적인 흐름을 잡고 싶은 엄마들에게는 큰 장점이 되죠. 또 한 가지 장점은 ‘반복’이에요.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으니 비슷한 표현, 캐릭터, 분위기로 구성된 책들이 반복되면서 아이가 익숙해지기 쉬워요.

반면 낱권은 유연성이 커요. 아이의 그날그날 기분이나 흥미에 따라 골라줄 수 있고, 출판사와 스타일에 제한 없이 다양한 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다만 이것도 단점이 있는데요. 무분별하게 사다 보면 책장이 금세 복잡해지고, 시리즈로 이어지는 통일감은 좀 떨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은근히 개별 가격이 쌓이면 전집 못지않게 지출이 커지기도 하죠.

아이 성향이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해요

우리 아이처럼 새로운 자극에 예민하고, 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라면 일단 낱권으로 시작해서 관심 있는 분야를 하나씩 찾아가는 게 훨씬 좋았어요. 반면 책 읽는 시간이 루틴으로 잘 자리 잡혀 있고, 반복적인 내용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전집으로 규칙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아이는 어떤 스타일인가?” 이걸 잘 아는 거예요. 아이에게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히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저도 낱권 수십 권을 거치며 알게 됐어요.

 

책은 엄마의 기준이 아니라, 아이의 호기심이 중심

처음엔 ‘이왕이면 전집’이라는 생각이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지금 우리 아이가 재미있어 하는 책 한 권’이 더 소중하다고 느껴요. 아이에게 맞는 책 한 권이 아침을 바꾸고, 하루를 다르게 만들 수 있거든요. 지금 우리 아이는 책장 앞에 서서 스스로 책을 꺼내고 “엄마 이거 읽어줘”라고 말하는 날도 있어요. 그럴 땐 전집이든 낱권이든, 어떤 선택을 했든 책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 고르기, 조급하지 않아도 돼요

아기 책 고르기는 절대 경쟁이 아니에요. 주변 엄마들이 벌써 전집 들였다고 해서 마음 조급해지지 않았으면 해요. 책은 아이가 좋아해야 의미가 있으니까요. 어떤 책이든, 어떤 방식이든, 아이와 함께 웃으며 읽을 수 있다면 그게 최고의 독서 시작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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