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아기 말이 느린 것 같아요
처음엔 그냥 귀여웠어요.
엄마를 부를 때 ‘엄’도 아니고 “으아~” 하면서 손을 뻗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몰라요.
말로 표현하진 못해도, 저 아이만의 방식으로
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또래 친구들이
“엄마, 물”, “안 해”, “싫어” 같은 단어를 자연스럽게 말하는 걸 보면서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우리 아이는 아직도 의미 있는 단어보다는
소리나 제스처로 대부분을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정말 아이마다 다르다고 믿고 싶지만,
마음 한 켠에서 ‘혹시’라는 걱정이 계속 떠나지 않았어요.
22개월, 평균적인 언어 발달 수준은?
보통 22개월 아기는 평균적으로 50단어 이상을 말하고,
“물 줘”, “엄마 와” 같은 두 단어 문장을 시도하기 시작해요.
물론 모든 아이가 똑같은 건 아니에요.
신체 발달이 빠른 아이, 감각이 예민한 아이, 내향적인 성향의 아이들은 언어 표현이 조금 늦어지는 경향이 있기도 해요.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요?
‘조금 늦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지만,
혹시 놓치고 있는 신호가 있는 건 아닐까… 그게 제일 걱정되더라고요.
주의 깊게 봐야 할 ‘언어 발달 지연 신호’
말이 느려도 이해력, 반응, 눈 맞춤이 괜찮다면
조금 더 지켜보아도 좋지만,
다음과 같은 신호가 있다면 전문가 상담을 고려해보는 게 좋아요.
- 자기 이름을 불러도 거의 반응하지 않아요
- 간단한 지시(“이리 와”, “앉아”)를 잘 이해하지 못해요
- 자신의 요구를 손 대신 울음으로만 표현해요
- 또래나 어른과 눈을 잘 맞추지 않아요
- 의미 있는 단어가 한두 개도 나오지 않아요
이런 경우에는 단순한 말 느림이 아니라
전체적인 의사소통 발달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소아청소년과나 언어치료센터에 문의해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자극해줄 수 있을까요?
말이 트이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거창한 교육이 아니라, 일상에서 충분히 가능해요.
저도 지금은 이 방법들을 천천히 실천해보고 있어요.
1. 반복해서 말 걸기
기저귀 갈 때 “기저귀 갈자~”, 물을 줄 때 “물 마시자~” 매일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말과 행동을 연결해주는 거예요.
같은 말을 반복해주면, 어느 순간 아이가 ‘언어와 행동’을 연결해서 인식하기 시작하더라고요.
2. 책은 말보다 좋은 친구
복잡한 책은 오히려 역효과예요.
짧은 문장, 큰 그림, 동물 소리처럼 반응을 이끌 수 있는 책부터 시작해보세요.
손가락으로 그림을 짚으며 “이거 뭐지?”, “멍멍이다~” 자연스럽게 감탄하듯 읽어주면 아기가 집중해요.
3. 아이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기
명령이나 평가보단 “같이 해볼까?”, “이거 신기하지?” 같이 느끼고 공감해주는 말투로 대화를 유도해보세요.
말을 ‘시키는 것’보다 ‘나누는 것’이라는 걸 아이도 느껴야 해요.
4. 엄마 아빠가 대화하는 걸 많이 보여주기
아이에게 말만 많이 해주는 것보다,
엄마 아빠끼리 대화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도 좋아요.
“아빠, 이거 어때?” “우와 맛있겠다~” 자연스러운 언어 환경을 만들면 아이도 언어를 ‘소통의 도구’로 받아들이게 돼요.
말은 늦지만 문제없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운동 발달이 빠른 아이들은
언어보다 움직임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또 둘째 아이의 경우, 형제가 대신 말해주는 일이 많아
자연스럽게 늦어지기도 해요.
중요한 건 단어 수보다도 **소통하려는 의지**예요.
손가락으로 가리킨다든지, 눈을 맞추며 무엇을 원한다는 표현을 한다면 언어 이전의 의사소통은 충분히 진행 중일 수 있어요.
맺으며
언젠가 우리 아이도 “엄마~” 하고 달려올 거라는 걸 알지만,
그 ‘언젠가’를 기다리는 지금은 참 길고 불안해요.
하지만 너무 늦었다고 조바심 내기보단, 지금 아이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를 먼저 바라봐 주세요.
손짓, 표정, 눈빛, 몸짓… 아이들은 말로 하지 않아도 많은 걸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할 일은 그걸 먼저 읽어주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날, “엄마”라는 단어가 또렷하게 들리는 그 순간이 오면 지금 이 기다림이 얼마나 값졌는지 알게 될 거예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엄마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조심스러운 응원의 말을 전해요.
말은 느릴 수 있어도, 사랑은 이미 충분히 자라고 있으니까요.